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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는 불가항력이었다

이 연애는 불가항력이었다. "아, 진짜! 왜 이렇게 안 와?"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지만 남자는 여전히 오지 않았고 결국 그녀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내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그녀는 속으로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였다.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다짜고짜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잘못한 거니까 화내지 마.

응?" "뭐야? 너 나한테 화난 거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구......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미안해." 남자에게 안겨서 한참 동안이나 울던 여자는 그제야 조금 진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도 잠시뿐, 다시금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나 집까지 데려다줘." 여자는 자신보다 키가 큰 남자와 함께 걸어가기 싫어서 일부러 더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남자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너 자꾸 그러면 확 차버린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마침 택시 한 대가 지나가다가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리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외쳤다. "학생들 타요~ 빨리빨리!!" 택시의 우렁찬 경적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여자의 몸과 마음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얼마 후, 여자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서둘러 가방을 챙겨 들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가 따끔거리는가 싶더니만 이내 머리 전체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야야.......

아으윽......."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기에 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뿐이었다.

곧이어 두통이 사라지자 이번엔 온몸 구석구석이 쑤시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바늘로 콕콕 찌르듯 고통스러웠다. "아악! 으으으......." 여인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아픈 곳을 손으로 꾹꾹 눌러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통증이 사라졌는지 여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런데 눈앞에 웬 낯선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낯선 풍경이라고 해 봐야 고작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밖에 없었다.

게다가 옆자리에 앉아서 곤히 잠들어 있는 남자 또한 낯설지 않았다.